집에서 커피를 볶다 보면 같은 생두를 사용하는데도 결과가 조금씩 달라질 때가 있습니다. 화력이나 로스팅 시간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시작부터 조건을 하나 바꿔보기로 했습니다.
바로 생두를 넣는 투입온도였습니다.
평소에는 익숙한 온도에서 바로 로스팅을 시작했지만, 이번에는 투입온도를 달리해 두 번 볶아보면서 어떤 차이가 생기는지 직접 비교해봤습니다.

같은 생두인데 시작부터 느낌이 달랐다
첫 번째 로스팅은 평소보다 비교적 높은 온도에서 생두를 투입했습니다.
생두를 넣자마자 온도가 빠르게 떨어졌다가 다시 올라오기 시작했고, 색이 변하는 과정도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됐습니다. 로스팅을 하는 동안 계속 신경을 써야 할 정도로 변화가 빨랐습니다.
반대로 두 번째는 투입온도를 조금 낮춰봤습니다.
처음에는 변화가 느린 것처럼 보였습니다. 생두의 색이 노란색으로 바뀌는 과정도 상대적으로 여유 있게 느껴졌고, 전체적인 진행 상황을 살펴보기가 조금 편했습니다.
두 번을 연속해서 비교해보니 투입온도 하나만 달라져도 초반 진행 분위기가 상당히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 재미있었습니다.
높은 투입온도가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었다
예전에는 온도가 높으면 로스팅이 더 잘될 것이라는 생각을 막연하게 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직접 비교해보니 꼭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온도가 높으면 초반 반응이 빠른 대신 열을 어떻게 조절할지 더 신경 써야 했습니다. 조금 방심하면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빠르게 로스팅이 진행될 수 있었습니다.
낮은 온도로 시작했을 때는 상대적으로 천천히 변화를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낮은 온도가 좋은 것도 아니었습니다. 너무 조심스럽게 진행하면 전체 시간이 길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높은 온도와 낮은 온도 중 하나를 고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맛에 맞는 시작점을 찾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직접 내려 마셔보니 비교가 더 재미있었다
로스팅을 마친 뒤에는 두 원두를 따로 보관했습니다.
겉으로 봤을 때는 큰 차이가 없어 보여도 실제로 커피를 내려보면 향이나 입안에서 느껴지는 인상이 조금씩 달랐습니다.
이런 차이는 한 번의 로스팅만 했을 때는 알아차리기 어렵습니다. 같은 생두를 비슷한 조건에서 볶고 한 가지 요소만 바꿔보니 무엇이 결과에 영향을 줬는지 생각하기가 훨씬 쉬웠습니다.
이번 로스팅을 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점도 이것이었습니다.
감으로만 볶는 것보다 한 번에 하나씩 조건을 바꿔보는 것이 내 취향을 찾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입니다.
앞으로도 화력이나 배출 시점 등을 한꺼번에 바꾸기보다는 하나씩 비교해볼 생각입니다. 이런 작은 실험들이 쌓이면 제가 좋아하는 한 잔에 조금씩 가까워질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