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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다시 해본 커피 로스팅, 직접 볶아보니 알게 된 것들

by 남뎅이 2026. 9. 24.

한동안 커피를 내려 마시는 데만 집중하다가 오랜만에 생두를 꺼내 직접 로스팅을 해봤습니다. 예전에는 조금이라도 더 맛있게 볶아보겠다고 시간과 온도를 계속 확인했는데, 쉬었다가 다시 해보니 오히려 기본적인 부분이 더 눈에 들어왔습니다.

커피 로스팅은 단순히 생두를 갈색으로 만드는 과정이 아닙니다. 같은 생두라도 열을 어떻게 주고 언제 배출하느냐에 따라 향과 단맛, 산미가 꽤 달라집니다.

오랜만에 로스팅하면서 가장 먼저 느낀 점

처음 생두를 넣었을 때는 예전에 했던 감각이 금방 돌아올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시작해보니 생각처럼 쉽지 않았습니다.

초반에는 생두의 색 변화만 계속 쳐다봤고, 어느 순간부터는 로스팅 시간을 지나치게 의식하게 됐습니다. 그러다 보니 정작 중요한 향의 변화나 크랙 소리를 놓칠 뻔했습니다.

직접 몇 번 볶아보면서 느낀 것은 숫자도 중요하지만 생두의 변화를 함께 관찰해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풋내가 나던 생두에서 고소한 향이 올라오기 시작하고, 색이 노란색에서 갈색으로 변하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기준이 됐습니다.

로스팅에서 어려웠던 건 불 조절이었다

제가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열 조절이었습니다.

처음부터 강한 열을 주면 겉은 빠르게 익지만 내부가 충분히 발달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너무 조심스럽게 진행하면 전체 시간이 길어지면서 향이 평평하게 느껴질 때가 있었습니다.

예전에 처음 로스팅을 시작했을 때는 진한 색이 나오면 잘 볶은 커피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직접 내려 마셔보니 꼭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색이 진하더라도 쓴맛이 강하거나 원두가 가진 향이 잘 느껴지지 않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무조건 진하게 볶기보다 제가 평소 즐겨 마시는 핸드드립에 맞춰 조금 여유 있게 마무리했습니다.

바로 마시지 않고 기다려봤다

로스팅을 끝낸 뒤 가장 하고 싶었던 것은 바로 갈아서 커피를 내려보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기다렸습니다.

볶은 직후의 원두는 가스를 많이 품고 있기 때문에 며칠 정도 지나면서 향과 맛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로스팅 직후 내렸을 때와 시간이 조금 지난 뒤 내렸을 때 느낌이 달랐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바로 마셨을 때보다 며칠 지나 다시 내렸을 때 향이 한결 정돈되고 맛의 구분도 쉬웠습니다. 직접 로스팅을 하면 이런 작은 변화를 비교해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직접 로스팅의 가장 큰 매력

집에서 커피를 볶는다고 해서 항상 카페보다 맛있는 커피가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실패할 때도 있고 예상했던 맛과 전혀 다르게 나올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생두가 원두로 변하는 과정을 직접 보고, 그 원두를 갈아 한 잔의 커피로 만들어 마시면 평소와는 다른 재미가 있습니다.

오랜만에 로스팅을 해보니 예전에 왜 이 과정을 좋아했는지도 다시 생각났습니다. 완벽한 결과를 만드는 것보다 한 번 볶고, 마셔보고, 다음에는 무엇을 바꿔볼지 생각하는 과정이 로스팅의 가장 큰 매력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음 로스팅에서는 이번 결과를 기준으로 열을 주는 방법과 배출 시점을 조금씩 바꿔볼 생각입니다.